서산은 내가 결혼하여 3년간 살았고 큰 아이를 낳았던 곳이고 내 삶에서 아주 어려운 기억이 있던 곳이다.
오늘 4월 21일은 내가 태어났다는 날, 의미를 조금 부여하고 싶었다. 남쪽 바다로 갈까 고민하다 목련축제가 열리는기간이라는 인터넷기사를 보고 천리포수목원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가드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목적이 있는 여행이니까.
갑작스런 결정이라 준비도 하지 못했고 먼 곳이니 도착하면 점심 때일 것 같아서 밀국박속낙지탕을 먹으면 좋을 것 같아 원북면으로 갔다. 대전으로 가서 당진고속도로를 거쳐 서산으로... 원북면의 원조 식당이라는 곳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었다. 만원인 작은 식당, 살아 꿈틀대는 낙지를 맑은 탕에 끓여 먹는 점심.
서산은 정말 많이 변했다. 내가 살던 '동문리'는 찾을 길이 없고 내가 근무하던 서산여고도 보이지 않는다. 길은 바뀌었고 아파트도 빼곡하고 전혀 알 수 없는 대도시가 되었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생기고 공단이 생기고 많은 발전을 했구나. 물론 내가 이곳을 떠날 때도 서산은 집값이 비싸고 땅값도 막 오르던 때여서 서산에서 집을 팔아 대전에 가면 집도 사고 차도 살 수 있다고 사람들은 말했었다. 나는 집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천리포수목원으로 갔다. 42년 전 처음 와보고 그 후로 몇 번 와 본 곳이지만 오늘도 사람이 많다. 많이 변했다.그때도 초가집지붕모양의 건물은 있었다.
준비없이 왔다. 특별프로그램인 비공개지역의 목련을 보기 위해서는 3만원을 추가로 내야했다. 시간 여유도 없고 예약도 하지 않았으며 값도 비싸서 나는 아쉽지만 포기했다. 소중한 곳이긴 하나 왜 비공개 지역을 만들어 놓았는지는 알 수 없다. 민병갈원장님이 그리 하라 했을까? 아쉽다. 그리고 너무 비싸다.
우리집엔 백목련과 자목련이 있지만 백목련은 벌써 져버리고 자목련만 지난 번 추위에 얼어 이상하게 피고 있는데 여기는 북쪽이라 그런가 목련이 한참이다.
수목원에는 내가 가꾸는 튤립과 수선화종류가 많이 피어 있다. 우리집에는 벌써 져버린 꽃들이 여기엔 한창이다.
나무에 표찰을 붙이긴 했으나 전문용어로 써있고 영어표기여서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오래된 나무에 여유있는 크기로 자라 많은 꽃을 피우고 있구나라는 생각만 할 뿐이다.
전 세계 1000여 개 목련 분류군 중 871개가 있다는 목련원, 871 개의 나무가 있는 목련원은 도대체 얼마나 큰 곳인지 궁금하다. 내가 알기론 민병갈 원장의 어머니가 특히 목련을 좋아해서 많이 심고 가꾸었다고 한다. 오래된 나무에 수많은 꽃들이 달려서인지 여유롭고 더 아름답다. '목련 필(Feel)무렵' 이라는 축제명인데 바닷가라 그런가 늦게 피고 아직 벚꽃도 피고 있다.
목련은 꽃송이가 임금이 있는 북쪽을 향해 피어 북향화라고 불리었다는 것이 이채롭다. 만개 후 오래가지 않고 져버리는 것이 목련의 아쉬움이다.
수목원을 돌며 내가 가장 부러운 것은 남부수종인 홍가시나무가 잘 자라고 있다는 점이다. 동백꽃이 살 수 있는 것이 부럽다. 빨갛고 커다란 만병초가 유난히 눈에 띈다. 만병초 축제인 듯 하다.
오랜 만에 서산의 바다도 보고 낭새섬도 보고 시원한 바닷바람도 맞았다. 42년 전에는 만리포 가는 버스를 타고 서산에서 이곳에 왔었는데...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만 여행-타이루거 협곡 (0) | 2023.11.15 |
---|---|
갑자기 제주 여행 (0) | 2023.09.22 |
추사 고택에 들러서 (1) | 2023.03.12 |
진도 운림산방, 다시 가다 (1) | 2023.02.24 |
담양에서 (3) | 2023.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