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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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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날이 춥다. 비가 내리는데 곧 눈으로 바뀔 듯,산골의 저녁은 더욱 춥지.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밭으로 가서 김장용 배추에 끼지 못해 밭에 덩그러니 남아 있던 배추를 따고 상추도 뜯고 루꼴라 잎도 따 담았다. 겨울이면 대파구이를 저녁마다 먹어야하는 남편을 위해 냉동실에 보관했던 왕새우를 꺼내 손질하고 대파를 잘라 오븐에서 함께 굽는다.힘들게 잘라서 집옆으로 가져다 쌓은 장작들
12월의 점심상 이렇게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는 즐거움. 힘든 지난 계절을 잊게 한다.
늦가을 풍경 가을비가 내린다. 아직 밭에는 콩이 남아있다. 잎이 떨어지고 깍지 색이 누렇게 변하고 톡 터지려하면 수확하려했는데. 새들만 신이 났다. 숱하게 떨어지던 감나무 잎도 지고 늦게 국화가 꽃을 피운다. 대문가의 은행잎도 곱게 물들고. 고통 속에서도 세월은 간다. 그렇게 간다. 남편이 건강해지길 간절히 바라며.
지금은 곶감 만들 때 우리 동네 뿐 아니라 집집마다 감을 깎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는 여력이 안 되어 감나무의 감을 팔았다. 남기고 간 감을 따서 손으로 깎아 널었는데 신통치 않다.
단풍 곱게 들다. 이제 눈을 들어 산을 본다. 어둡고 힘든 터널을 지나 멀리 밖이 보인다. 천등산의 정상에서 내려오는 고운 단풍이 보인다. 멀리 대둔산의 바위 사이로 보이는 환상적인 단풍도 보인다. 마당의 고운 감나무 잎들이 쌓인다. 보이지 않던 노란 은행잎과 감나무의 잎들이 유난히도 올 해 고운 것 같다.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을 떨쳐버리고 힘을 내자. 내게는 더 이상 지칠 힘도 슬퍼할 시간도 없지 않은가?
수해와 코로나, 잔인한 여름 예상치 못한 밤중의 폭우로 우리마을은 제방과 땅이 유실되었다. 우리집도 계곡에 가까이 있는 창고가 물에 잠기고 축대가 위협을 받고 물이 마당과 밭과 길을 쓸어갔다. 참으로 야속한 자연재해다. 행정기관의 노력과 지원으로 복구가 되어가고 우리도 복구 아닌 복구를 해가고 있었다. 이런저런 정신적 불편함 속에서도 참아내면서. 장비가 안 되는 부분은 외발 리어카로, 삽과 호미로 채웠다. 날은 어찌 더운지 몸은 뜨거운 물 속에서 금방 나온 것처럼 온 몸이 땀으로... 폭염은 계속 되었다. 인척의 부음 소식에 남편은 굳이 서울의 상가에 다녀오겠다고. 여기서 한 시간을 차를 타고 대전역에 주차하고 기차타고 서울가서 다시 도봉구까지...말렸지만 노인네는 강행했다. 지친 몸으로 온 종일 차를 타고 늦게 돌아왔다. 집안의 ..
체리가 익었다 체리나무를 심었지만 제대로 체리를 수확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올해가 제일 많이 익었다. 내년에는 더 많이 열매를 맺을까?
밥이 약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는 말을 믿고 싶다. 힘이 들지만 나는 정성을 다해 밥을 짓는다. 남편의 건강을 지켜주고 싶다. 농사지어 저장해둔 당근을 채썰어 볶고, 양파 채썰어 볶고, 표고 데쳐 살짝 볶고 콩나물을 데쳐 무치고 달걀을 황백으로 나눠 지단 부쳐 채썰어 놓는다. 파란 색이 없네, 나가 밭을 돌아보아도 모두 얼었다. 덮어 둔 비닐 속으로 푸른 잎 몇 개, 어제 소잡는 날이라는 정육점에서의 육회용 쇠고기가 있지, 배 채썰고 갖은 양념하여 올리고 참기름 듬뿍! 동치미와 콩나물 국을 곁들였다. Good j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