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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기대어 산다는 것은... 올해 3월은 참으로 잔인했다.산청과 의성의 산불. 어쩌란 말인가?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사력을 다해 불과 싸우고삶의 터전과 의미를 잃었다.나도 잠을 이루지 못했고 집을 떠나지 못했다.산자락에 집을 짓고 살고 있는 나.내가 어쩌겠는가.한순간에 모든 걸 잃어야하는 어처구니 없고 무서운 상황,늙고 지난한 삶을 살아온 늙은이들에게 산불은 너무 가혹했다.폭우가 내리면 또 그걸 막아내야 한다.이것이 삶의 역사란 말인가?산을 기대고 산다는 것은정녕 어리석은 걸까?
첫눈 전에는 첫눈을 기다렸다.그리운 사람도 있었고 그저 즐거웠다.눈을 바라보며 깊은 상념에 빠지기도 했다.세상이 아름다웠다.배추가 너무 절여질까봐 잠을 설치다 새벽에 일어났다.눈이 내리고 있었다. 바람도 불었다.오늘은 김장을 하기로 한 날,내리는 눈이 싫었다.첫눈은 그저 살짝얌전히 내리면 좋겠다.머리 위로 사뿐히 왔으면 좋겠다.요란하게 첫눈 오는 날나는 김장을 했다.별탈 없이 자란 배추를 따서리어카에 싣고 수돗가에 와배추 꽁무니를 반으로 칼집내어찢어 소금물에 재는 일양념 속에 상념도 넣어 김치소를만들며 젊은 날을 떠올렸다.해마다 담그는 김장인데김치가 짜면 어쩌나 너무 매우면 어쩌나김장이 내 일이 아니라고느껴지던 그저 첫눈이 반갑던누군가가 그립던그시절이 그리워진다.
자랑스럽다. 안세영! 죽을 듯이 아픈 몸을 이끌고 그대의 배드민튼 결승 경기를 보았다. 필사적인 노력 끝에 이룬 승리, 금 메달. 이 얼마나 많은 아픔과 고통 속에서 이룬 세계 최고인가? 모두 새로운 출발을 위해 힘을 모을 때다. 선수에게 더 이상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안세영, 어서 일어나 뛰어가기를...
넘어진다는 것 어떤 이는 넘어져야 하늘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넘어졌을 때 비로소 자신의 실수와 고통을 알게 되고 겸손을 배울 수 있다지만 너무 심하게 넘어지면 하늘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집에는 하얀 백봉오골계들이 살고 있는 닭장이 있다. 대운동장이 있고 소운동장과 잠자고 알 낳는 곳이 있다. 남편이 지성으로 키우는 닭. 멀리서 친구들이 온다 하여 닭을 한 마리씩 잡아주자고 했다. 무려 여덟 마리를 잡아야 했다. 닭들도 눈치가 빠르다. 우리가 그물과 자루를 들고 소운동장으로 들어 가니 50 여 마리나 되는 놈들이 벼슬을 쭈뼛 세우고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남편의 닭 잡는 기술을 비아냥 거리 듯 나는 날쌔게 잡기로 점찍어 두었던 수탉을 향해 돌진했다. 그 다음은 기억이 없다. 나는 바닥에 깔아 놓았던 판에 생긴 살얼음..
聽水軒에서 계곡이 더 깊어졌다 폭은 더 넓어졌다 물도 많아졌다 세찬 소리로 바위에 부딪힐 때마다 더 맑은 물빛되어 낮게 굽이치면서 흘러만 간다 쉴 새 없이 달려야 정화수가 되나 나는 요동도 없이 물소리를 듣고 있다 집 옆의 계곡으로 흘러가는 은빛 물처럼 살고 싶은데. 천등산 정상에서 흘러오는 물
한여름 한여름이다. 모든 나무들은 자랄대로 자랐고 농작물도 결실을 준비하는 때 폭우 속에서 풀은 시시각각 놀라운 속도로 자란다. 무더위가 오고 장마가 지나고 태풍도 지나면 감도 익고 고추도 붉어지고 사과도 커지면 내 삶도 익어 가슴도 따뜻해지고 마음도 커다래질까 아, 지금은 블루베리를 따야 할 시간. 거닐며
'물소리'카페에서 하루 종일 물소리를 듣는다. 물이 남실대는 계곡도 바라본다. 비구름에 숨어버린 천등산 바위도 찾아본다. 지난 겨울에 그려 벽에 걸어둔 눈 내리는 산골 풍경도 바라본다. 비에 젖어 축 늘어진 애키네시아 꽃도 보인다. 감나무들이 작고 이쁜 열매를 자꾸 떨어 뜨린다. 빗속에서도 고추가 조금씩 붉어진다. 비 내리는 여름날 끕끕한 날씨 만큼이나 내 마음은 헛헛하고 쓰리다. 물소리 카페
남편의 꽃, 오골계 힘들고 때론 귀찮치만 닭을 키우는 일은 남편의 중요한 일과다. 족제비의 침입으로 실망과 고통을 겪기도 했지만 요즘은 잘 자라고 알도 잘 낳는다. 산골생활의 기쁨이기도 하고 즐거움이기도 하다. 물론 하루 몇 차례씩 시끄럽게 울어대는 것이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요즘은 동물도 복지를 실현해야한다. 우리의 닭은 잠자는 곳과 중간놀이터, 넓은 놀이터로 구분되어 있어서 쾌적하리라 여겨진다. 아침이면 문을 열어 운동장에서 신나게 운동하는데 멀리 외출할 때면 중간 운동장까지만 열어주고 우리가 집에 있을 때는 큰 운동장도 개방을 한다. 혹시 몰라 닥스훈트를 집 옆에 배치하여 짐승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거기다 하늘에서 달려드는 매를 막기 위해 공중에는 망을 쳤다. 여기저기 밭에서 풀을 뽑으면 모두 닭장에 넣어주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