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집에 갈 때
함께 가자던 달은
내가 산모퉁이를 돌 땐 숨어버리고
산언덕을 오를 땐 건너편 산마루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곤 했다
평탄한 길을 신나게 달리는가 싶으면
과속단속 카메라가
삶의 조언자처럼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브레이크를 밟고 또 밟게 한다.
굽이 굽이 산길을 오르면
집이 가까이에 있음을
멀리 두고온 도시
같이 왔던 달은 앞산 너머로
나를 떨쳐버리고
짜르레기 우는 밤
크고 작은 벌레와 나방이
여름이 깊었음을 알리는데
인생의 여름은
녹녹치 않았던 것을
달도 발걸음을 멈춘 지금
마당으로 내려와
내 옆에 누워보아요
그대하나, 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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