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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카페 나는 행복하게도 갤러리가 있고 카페가 있다. 나 혼자만이 즐길 수 있는...
행운이 오면 행복이겠지... 아침에 일어나 집 주변을 걸었다. 물론 우리 마당과 밭을 지나서. 네잎클로버를 찾았다. 정말 행운이 왔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에게 행운이 있기를 소망한다.
45년 만에 가 본 그곳, 갈산고등학교 1978년 3월, 운동장을 가로질러 계단을 오르면 현관이 나오고 교무실로 향했다. 처음에는 중고등학교가 한 교무실을 썼었다. 후에 고등학교가 분리되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발령, 신임교사가 설렘을 안고 학생들을 만났던 그곳, 오늘 그곳에 왔다. 운동장은 인조잔디가 깔끔하게 깔려있고 트랙은 천연잔디다. 정원에 있던 둥글고 납작하고 커다란 돌이 지금도 있는지 궁금했다. 여전히 나무 아래서 내가 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좌진 장군이 세웠다는 호명학교 자리가 이곳이라고 생각했던 나. 온통 김좌진 장군의 정신을 가르치는 듯 이 학교는 백야에 관한 안내문으로 가득했다. 첫발령지, 처음 선생이 되어 담임했던 제자와 함께 왔다. 그 자리 그 학교는 변함이 없다. 더 깨끗하고 좋은 시설을 갖추었겠지. 고등학교 건물..
가드닝하이 (Gardening High) 언 땅이 녹고, 땅이 부풀어 오르고. 새싹이 나고 새순이 나고 잎이 자라며 꽃이 핀다. 그러한 성장을 방해하려는 듯 풀들이 자라고 땅을 뒤덮는다. 어떤 방식으로든 개체수를 늘리고 자기 영역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저지해야만 하는 나는 힘이 든다. 손마디가 굵어지고 손톱 밑에 흙때가 낀다. 오랫동안 해 왔다. 나무들이 자라고 내 키를 넘었다. 넓고 넓은 정원을 가득채워 버린 꽃들.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을 준다. 꽃보는 즐거움에 빠져 일상적인 일들도 잊을 때가 있다. 마라토너들의 '러닝하이'가 있다면 내게는 가드닝하이가 있는가? 몸과 마음이 긴장을 풀고 비교적 여유있는 페이스로 달릴 때 이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하니 나도 그렇게 할 일이다.
정원사의 길, My way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의 일은 동물로 비유하면 물 위에 떠 있는 백조의 형국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백조는 겉으로 보이는자태는 우아해 보이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은 물 밑에서 수없이 발길질을 계속해야만 수면 위의 화려한 부상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가 정원에서 통상적으로 꽃을 보고 즐거워할 수 있는 기쁨의 양은 10%나 될까, 나머지 90%는 우리들의 건실하고 충직한 노동을 요구한다. 백조의 속성이 보이는 것과 달리 우아하지 않듯이, 정원을 가꾼다는 것 역시 그리 우아한 일이 아니다. 의욕과 욕심이 앞선 처음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중도에서 포기하고 마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그래서 정원을 지속적으로 가꾸고 유지하는 것은 헬스클럽을 오랫동안 다니는 것과 비슷하다고들 한다. 몸에 좋은 줄은 알지만 그 결과를 ..
5월의 숲은 농염(濃艶) 그 자체다 여린 잎이 어느새 자라 반짝인다. 그 잎이 나무를 완성시키더니 숲을 이룬다. 산은 숲을 품고 팔 벌려 내게로 온다.
마음의 밭을 갈아야 마음이 안정되지 않을 때. 나는 도마로 쓰려고 사두었던 나무의 결이 너무 좋았다. 여기에 칼자국을 낸다는 것이 싫었다.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여기에 글씨를 써보기로 했다. 붓을 들지 않은 지도 3년, 잔뜩 사다놓은 화선지와 붓이 울고 있다. 훌륭하신 분이 전각해주신 낙관도 무용지물, 오늘 비도 오는데 그냥 밭을 갈기로 한다.
소박한 즐거움(素樂) 오늘은 헌 기와를 씻은 다음 젯소를 칠한 후에 붓글씨를 써보기로 하였다. 시를 한 편 써볼까, 이런 저런 생각 끝에 '素樂'이라고 적어보기로 했다. 논어(論語)의 옹야(雍也)편에 '단사표음(簞食瓢飮)'이란 말이 있다. 매우 소박한 생활이라는 뜻이다.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는 안회(顔回)에게 공자는 두 번이나 '어질도다 안회여'라고 칭찬하였다 한다. 소박한 산골살이지만 즐겁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