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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진다는 것

어떤 이는 넘어져야 하늘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넘어졌을  때 비로소 자신의 실수와 고통을 알게 되고 겸손을 배울 수 있다지만 너무 심하게 넘어지면 하늘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집에는 하얀 백봉오골계들이 살고 있는 닭장이 있다. 대운동장이 있고 소운동장과 잠자고 알 낳는 곳이 있다.
남편이 지성으로 키우는 닭. 멀리서  친구들이 온다 하여 닭을 한 마리씩 잡아주자고 했다. 무려 여덟 마리를 잡아야 했다.
닭들도 눈치가 빠르다. 우리가 그물과 자루를 들고 소운동장으로 들어 가니 50 여 마리나 되는 놈들이 벼슬을 쭈뼛 세우고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남편의 닭 잡는 기술을 비아냥 거리 듯 나는 날쌔게 잡기로 점찍어 두었던 수탉을 향해 돌진했다.
그 다음은 기억이 없다.
나는 바닥에 깔아 놓았던 판에 생긴 살얼음을 밟아 주저앉으며 미끄러졌고 나는 쭉 뻗어 버렸다. 하늘은 커녕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너무나 아파서 꼼짝 할 수 없었다. 한참 만에 남편의 부축으로  기어나왔다.

집에 있는 진통소염제랑  파스로 버티며 행사를 치루고 참는 것이 미덕인양  지내다가 참다 못해 정형외과에 갔다.
x - ray 의 위력은 사라지고  MRI는 단번에 흉추골절을 잡아냈다.
이렇게 하여 나의 겨울은 시작되었다.
35만원 짜리 보조기를 몸에 두르고 매일 약을 먹으며 1주마다  x - ray 를 찍으러 도시로 간다.

넘어진다는 것은 내 삶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였다. 데크 계단 앞에  slowly, carefully 를 써 붙여 놓고 몸을 챙겼던 지난 날이  우습기도 하다.
올 해는 참으로 힘든 일이 많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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